폭설을 새하얀 풍경으로 즐길 수 있다면 누군가 거리의 눈을 쓸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커다란 자작나무 빗자루를 들고 건물 11곳의 제설 작업을 책임진 사람은 환갑의 전문 가사노동자 에메렌츠이다.
'노동에서 기쁨을 느꼈고, 노동을 즐겼으며, 일이 없는 시간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집에 돌아가서는 문을 굳게 닫고 어떤 이도 집 안에 들이지 않는 사람, 그런 에메렌츠가 '나'의 집안일을 수락하면서 두 사람의 20년 관계가 격정적으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