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고고학을 공부했던 허수경 시인이 고대 '사람들'의 자취를 찾아 나섰던 발굴지에서의 사유를 담은 글을 읽다가 다음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닳고 얼룩이 들고 더럽혀지고 뭉개지는 방식으로 흐른 시간들을 여기에 두고 어디론가 가버린 그 얼굴에 대해 시인이 "그가 앉아 있다"고 적을 때, "소파"는 "얼굴을 머금"은 "앉아 있는 사람"이 된다.
사물들이 놓인 그 자리에 알지 못하는 사람의 생애가 있다는 것, 이곳에선 당장은 잘 들리지 않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저곳에선 그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